더운 나라

2012. 9. 12. 14:08 from 그래서 오늘

가을을 그리 안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공기 때문이다. 선선해지는 환절기는 비염때문에 늘 미열을 동반하고, 멍해지고, 두통이 오고, 에너지가 돌지 않는다. 작업실로 오는 길에 커피를 사먹을까 하다가 참았다. 어젯밤 마신 맥주 두 캔으로 코가 실신상태. 요즘 코를 위해 운동도 하고 족욕도 하는데 고작 맥주 두 캔을 마시자마자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러닝노우즈. 알딸딸한 와중에도 족욕을 하고 잤다. 일어나면 호흡이 좋지 않아서 얼굴을 팅팅 부어있고 기분은 상쾌하지 않고!


2년 전 편집하던 시기도 가을이었는데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서 큰 맘 먹고 비염 전문 한의원을 찾아 약을 먹었다. 즉시 호전 되었지만 한 달 약값이 너무 비싸서 한 달만 먹고 멈췄었다. 어젯밤 그 약을 다시 먹기로 결심하였다.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고 목련꽃 세 개를 넣었다. 목련이 담긴 통을 열자 마자 풍기는 향기가 좋아서 블질도 하고 있다. 말린 사람의 정성이 고스란히 보인다. 고맙다고 충분히 말했는지 모르겠다. 버스타고 오는 길에도 트위터로 비염을 검색해서 나와 같은 비염환자들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다들 죽을 맛인 것 같았다. 단연 압도적인 것이 비염을 욕하는 말들이었다. 그 심정 이해가 간다.


차를 마셔서 그런 지 바로 코가 뚫렸다.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다. 더러운 비염 이야기 끝.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