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취침 시간이 무척 늦다. 지난 주 바쁜 일을 마감하고 이번 주는 여유롭다고 생각했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평균 11시를 넘기는 걸 봐서는 그리 여유가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오늘도 상반기 상영회를 앞두고 공부방에서 12시간 폭풍 노동을 하고 왔더니 멍 때리며 드라마 볼 기운만 남았더라. 그래서 3일 연속 자정에 하던 조깅은 패쓰했다. 지금은 넷북이 버벅거려서 읽지 못하는 파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기다리는 사이 잠시 블질.
10년 만에 조깅을 하는 터라 섣부른 짐작일 수 있겠지만, 앞으로 달리기를 즐겨할 것 같다. 성실하고도 침착하게 달려보고 싶다. 달리는 것이 아직은 즐겁다. 그리고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더 즐겁다.
장마철이라 집이 눅눅하다. 제습기가 없었다면 작년처럼 곰팡이로 얼룩진 방에서 재채기를 연신 해댔을 것이다. 제습기 돌아가는 소리가 조금 시끄럽지만 거슬리지는 않는 이유이다. 비가 오는 날에 제습기를 틀어놓고 나갔다가 밤에 돌아오면 2리터는 되어보이는 물통에 물이 가득 차있다. 찰랑찰랑 거리는 제습기 물통을 비울 때마다 물이 부족한 나라나 사막에 제습기가 있으면 진짜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멍청이 습기가 없으니까 물도 부족하겠지 하는 생각을 반복하다. 찰랑이는 물이 너무 신기하고 아까워서 멍청한 생각을 고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비뿐인 나의 일상에서 유일하게 뭔가를 생산해내는 이가 제습기이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던 습기가 눈에 보이는 물로 나타나니까 나는 변형이라기보다는 생산과 창조에 가깝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하고도 멍청한 것이 나이다.
메일이 도착했다. 진심이라고 하기엔 조금 과장된 자학으로 오늘의 일기 마무리.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