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오

2012. 3. 4. 02:15 from 그래서 오늘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오랜만에 웹에 있는 친구들 블로그, 관심있는 공간을 돌아다녔다. 어깨는 아프지만 마음은 넉넉해졌다. 페북이나 트위터를 구경하고 난 뒤와는 전혀 다른 감성이다. 블로그를 돌아다녀서인지, 또 오늘 우연히 만난 한 언니가 지금 자신을 돌아보고 긴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고 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나도 이 공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졌다. 사람들은 변하고 떠나고 새롭게 만나고...작업실도 살고 있는 집도 사정에 따라 계속 이사를 다녀야하는 내게도 변하지 않는 주소 하나, 웹상에라도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모리에게 빌린 [공중그네]를 재밌게 읽었더니 또 재밌게 읽을 책이 없어졌다. [최후의 유혹]은 상권과 하권 중반까지는 쉬지 않고 읽었는데 얼마남지 않은 뒷부분을 못 읽어 몇 달째 잡고 있다. 어떻게 끝날 지 알고 싶은 마음과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 재밌는 만화책을 읽고 싶은데 책방이 없는 우리 동네. 내일은 작업실 근처에 있는 알라딘중고서점에라도 가봐야겠다. 도서관에도 만화책이있을까?

그저께 [설국열차]라는 만화책을 빌려 읽었다. 자꾸 등장하는 여자들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끔찍했다. 지구가 망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이 하나의 기차에 다 들어가서 끝없이 달리는 이야기인데, 그곳에서의 현실이 지금 기차밖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런 폐쇄된 공간, 극한의 상황에서 힘이 약한 여성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걸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나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극한의 상황은 폭력을 가져오기 쉽고, 가져올 수밖에 없고, 폭력의 공간에서 힘이 약한 여성은 성적인 존재로만 취급되기 쉽다. 전쟁시의 위안부가 그 대표적인 예. 극한의 상황에서도 비폭력,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무엇으로 가능할까?

물음은 문득 영화 제작환경으로 넘어가버린다. 결과물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은 차치하고라도, 빚을 지며 모두가 허덕이면서 제작할 수밖에 없는 독립영화 제작환경에서 힘이 약한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은 가능할까? 스탭들은 어떤 존재인가? 제작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한가?

일단,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