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 겨울 들어서 처음으로 방바닥에서 잤다. 침대에서 하강하여 따뜻한 방바닥에 한 번 등을 대니 다시 올라가기가 어려워서 오늘도 바닥잠이다. 봄이 오면 올라가겠다. 얼른 봄이 와서 창문 열어놓고 싱그런 바람 맞았으면 좋겠다. 푸른 싹 돋는 나무 넋놓고 쳐다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 겨울도 제대로 못 즐겨놓고 무슨 소리. 군고구마 열 번 사먹고, 눈 내리면 시작하려고 했던 촬영도 하고, 따뜻한 카페에서 수다도 실컷 떨어야지, 봄은 아직 이르다.

오랜만에 오전부터 일이 있었다. 한 달 동안 청소년들 다큐제작교육에 참여한다. 오전에 일어나 전철을 타고 바라본 바깥 풍경이 낯설었다. 좋았다. 아직 올해 목표를 제대로 못 세웠는데 유일하게 하나 세운 게 있따면 약속시간 5분 전에 도착하는 것. 오늘 교육엔 다행히 약속시간 5분 전에 도착하여서 여유 있었다. 교육 마치고 다음 회의에는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서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다시 작업실에 가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 새 11시, 서둘러 집에 와서 밥 먹었다. 맛있는 김치가 있어서. 그리고 새벽. 라디오 천국이 없는 이 새벽시간을 유난히 견디기 힘든 날이 있다. 그게 아마 오늘인가. 그래서 졸린 눈으로 일기를 쓰고 있나.

연말, 연초 대구 집에 가서 5일 정도 아무 것도 안하고 푹 쉬다 왔더니, 물론 둘째 조카 열심히 봤지만, 계속 그렇게 지내고 싶다. 일 안하고가 아니라 아주 편한 가족들 옆에서, 익숙한 친구들 가까이서, 조용한 골목이 많은 동네에서,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공기 속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다는 더 만족스러워야할 것 같은데,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