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해져서 침대 생활을 시작했다. 겨울 동안 추워서 방바닥에 내려가서 잤었다. 침대에 올라와 자니 방이 널찍해보여서 좋다. 아직 살짝 춥기도 해서 전기장판을 켜고 자는데, 자고 일어나면 왠지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전기장판을 켜고 자면 꼭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전기장판도 끄고 자고, 영화제도 끝나고 해서 오늘은 늦게까지 잤다. 1시쯤 일어나 작업실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라면을 먹고 다시 침대에 퍼져버렸다. 가만히 누워있어도 시간은 어찌그리 잘 가는지, 지난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을 대강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3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아직 몸은 일상의 감각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틀 정도의 시간은 더 필요할 것 같다. 아니면 작업실에 나가서 한글 자막을 만들기 시작해야 그런 기분이 들까?
인디다큐 페스티발에서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첫 상영을 하였다. 목요일 오전 상영 때 들어가서 큰 스크린으로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보는데, 내가 나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혼자 눈을 가리다가 큭큭 웃다가 울컥 눈물 짓기도 하다가 냉철하게 보는 척도 하면서 생쇼를 했다. 그렇지만 역시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시원했다. 아직은 아쉽지도 않다. 개청춘을 한 번 겪어서인지 관객들의 반응에 크게 민감하진 않은 것 같다. 물론 초관심사이긴 하다. 개청춘 때는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재편집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번엔 HD 출력을 비싼 돈을 들여 끝냈기 때문에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DVCAM 테이프 살 돈도 없다. 어째서 작업을 하나 끝낼 때마다 얼마 들어있지도 않은 주택청약적금을 깨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마저도 이젠 다 써버려서 내일부터는 외출을 줄이거나 빈대를 붙을 생각이다.
그래도 첫 상영과 GV를 마친 나에게 다가와 자기 이야기 같았다며, 고맙다고 해준 소녀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참 좋다. 매진이었던 두 번째 상영을 떠올리면, 잘 봤다며 인사를 건네고 가는 이들을 떠올리면, 이 맛에 그동안 힘들게 작업했던 거지 싶다. 공동연출은 아니었지만 같이 고민하고 작업했던 반이다 친구들에게 고맙다. 기획부터 가편까지 코멘트를 해줬던 분들, 특히 햄언니와 오실장님 참 고맙다. 출연을 해준 사람들, 결국은 편집된 인터뷰에 응해줬던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 멀리서 메일로 코멘트 해줬던 나루도, 바쁜 시간을 내어준 미례감독님도, 애정 담긴 격려를 해준 작업실 식구들, 긴 전망 속에서 나의 작업을 봐준 태감독님도, 영화를 기다려준 지인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운드 작업을 해준 표님과 출력을 해준 병수님, 그리고 상영기회를 준 인디다큐, 응원과 함께 배급을 해줄 시네마달 식구들, 마지막으로 출연을 해준 가족들... 고맙다. 작은 규모의 작업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응원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긴 시간 포기하지 않았던 나에게 가장 고맙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아직은 달콤한 말들만 귀담아 듣고 싶다. 그래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을테니. 쓴 소리와 애정이 담긴 비판들은 일주일 후부터 찾아 들을 생각이다.
인디다큐에서 단편까지 포함하면 15편 정도의 다큐를 본 것 같다. 처음 다큐 만드는 분들의 작품도 많았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제작자들이었다. 1인칭화자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많았다. 자기 직업, 가족, 지역, 학교, 경험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을 말하는 그 작품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 이렇게 버티고 있다'며 보내는 수신호 같았다. 예전에 카푸치노가 블로그에 썼던 글처럼 말이다. 그래서 왠지 설렜다. 어떤 감독님들은 1인칭 화자가 많은 것이 자기 안에 갇힌 것이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된다고도 하셨다. 3인칭으로 사회적 문제를 말하는 게 익숙한 선배 세대들에겐 그것이 수렴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운동이 사라진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1인칭 시점의 다큐는 수렴이 아니라 발산을 위한 초석이라고 믿는다. 아니 나 역시 1인칭 시점을 사용한 사람으로서 수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받아 안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어떤 말을 소화하기도 전에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더니, 마지막날엔 솔직히 좀 버거웠다. 또 말도 엄청 많이 했다. 이제 좀 곱씹고 정리해야겠다. 아직도 몸 안에 그동안 들은 말들과 미처 뱉지 못한 말이 뒤엉켜 아우성치는 느낌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들임을 다시 한 번 확인.
그런데 일상 감각을 회복하면 외로울까봐, 걱정! 놀고 싶은데 놀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북적북적하고 일이 많으면 외로움도 모르는데...쩝. 이럴 때 열심히 책 읽어야지.
전기장판도 끄고 자고, 영화제도 끝나고 해서 오늘은 늦게까지 잤다. 1시쯤 일어나 작업실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라면을 먹고 다시 침대에 퍼져버렸다. 가만히 누워있어도 시간은 어찌그리 잘 가는지, 지난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을 대강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3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아직 몸은 일상의 감각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틀 정도의 시간은 더 필요할 것 같다. 아니면 작업실에 나가서 한글 자막을 만들기 시작해야 그런 기분이 들까?
인디다큐 페스티발에서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첫 상영을 하였다. 목요일 오전 상영 때 들어가서 큰 스크린으로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보는데, 내가 나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혼자 눈을 가리다가 큭큭 웃다가 울컥 눈물 짓기도 하다가 냉철하게 보는 척도 하면서 생쇼를 했다. 그렇지만 역시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시원했다. 아직은 아쉽지도 않다. 개청춘을 한 번 겪어서인지 관객들의 반응에 크게 민감하진 않은 것 같다. 물론 초관심사이긴 하다. 개청춘 때는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재편집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번엔 HD 출력을 비싼 돈을 들여 끝냈기 때문에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DVCAM 테이프 살 돈도 없다. 어째서 작업을 하나 끝낼 때마다 얼마 들어있지도 않은 주택청약적금을 깨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마저도 이젠 다 써버려서 내일부터는 외출을 줄이거나 빈대를 붙을 생각이다.
그래도 첫 상영과 GV를 마친 나에게 다가와 자기 이야기 같았다며, 고맙다고 해준 소녀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참 좋다. 매진이었던 두 번째 상영을 떠올리면, 잘 봤다며 인사를 건네고 가는 이들을 떠올리면, 이 맛에 그동안 힘들게 작업했던 거지 싶다. 공동연출은 아니었지만 같이 고민하고 작업했던 반이다 친구들에게 고맙다. 기획부터 가편까지 코멘트를 해줬던 분들, 특히 햄언니와 오실장님 참 고맙다. 출연을 해준 사람들, 결국은 편집된 인터뷰에 응해줬던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 멀리서 메일로 코멘트 해줬던 나루도, 바쁜 시간을 내어준 미례감독님도, 애정 담긴 격려를 해준 작업실 식구들, 긴 전망 속에서 나의 작업을 봐준 태감독님도, 영화를 기다려준 지인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운드 작업을 해준 표님과 출력을 해준 병수님, 그리고 상영기회를 준 인디다큐, 응원과 함께 배급을 해줄 시네마달 식구들, 마지막으로 출연을 해준 가족들... 고맙다. 작은 규모의 작업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응원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긴 시간 포기하지 않았던 나에게 가장 고맙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아직은 달콤한 말들만 귀담아 듣고 싶다. 그래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을테니. 쓴 소리와 애정이 담긴 비판들은 일주일 후부터 찾아 들을 생각이다.
인디다큐에서 단편까지 포함하면 15편 정도의 다큐를 본 것 같다. 처음 다큐 만드는 분들의 작품도 많았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제작자들이었다. 1인칭화자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많았다. 자기 직업, 가족, 지역, 학교, 경험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을 말하는 그 작품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 이렇게 버티고 있다'며 보내는 수신호 같았다. 예전에 카푸치노가 블로그에 썼던 글처럼 말이다. 그래서 왠지 설렜다. 어떤 감독님들은 1인칭 화자가 많은 것이 자기 안에 갇힌 것이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된다고도 하셨다. 3인칭으로 사회적 문제를 말하는 게 익숙한 선배 세대들에겐 그것이 수렴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운동이 사라진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1인칭 시점의 다큐는 수렴이 아니라 발산을 위한 초석이라고 믿는다. 아니 나 역시 1인칭 시점을 사용한 사람으로서 수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받아 안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어떤 말을 소화하기도 전에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더니, 마지막날엔 솔직히 좀 버거웠다. 또 말도 엄청 많이 했다. 이제 좀 곱씹고 정리해야겠다. 아직도 몸 안에 그동안 들은 말들과 미처 뱉지 못한 말이 뒤엉켜 아우성치는 느낌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들임을 다시 한 번 확인.
그런데 일상 감각을 회복하면 외로울까봐, 걱정! 놀고 싶은데 놀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북적북적하고 일이 많으면 외로움도 모르는데...쩝. 이럴 때 열심히 책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