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든다

2011. 2. 21. 00:48 from 그래서 오늘
오후에 일어나, 오후에 작업실에 갔다. 날이 좋아서 코트를 벗어 팔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걸음 속도는 추운 날에 비해 확연히 느려졌다.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함을 넘어 약간 답답한 느낌까지 준다. 오늘 일찍 일어났더라면, 창덕궁 근처를 산책할 수도 있었을텐데, 약간 아쉬워하며 작업실로 갔다. 가는 길은 짧았지만 그래도 웃음이 났다. 날이 좋으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구나. 칙칙한 내 마음에 한가득 빛. 제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길.


물을 주지 않아서 풀 죽어 있는 화분이다. 물을 줬더니 금방 생생하게 살아났다.


김치찌개를 끓여먹으려고 김치를 꺼내 썰어 넣고, 가위로 파를 썰어넣었다. 그리고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데 물이 샌다. 룸메언니가 며칠 전에 산 건데 하면서 살펴봤더니, 고무장갑이 잘려있다. 파를 썰다가 고무장갑까지 자른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장갑을 끼고 파를 잡진 않았을텐데?) 잘려나간 고무장갑이 보이지 않아 김치찌개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어 포기. 김치찌개 안에 고무장갑이 들어있다해도 모르고 먹으면 약이겠지. 고무장갑을 새로 사놓아야 하는데 아직 못 샀다.


낙산공원에서 본 서울. 올 한해는 이 동네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이 동네 청소년들과 미디어교육을 하게 될 것 같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길.

이 이야기는 별로 특별한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라면 요즈음 어느 신문에나 수없이 실려있다. 내 마음에 든 것은 바로 그의 말투였다. 그의 말 속에는 완전히 새로운 사상이 담겨 있었다. 예를 들면, 그 병사가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가 농민들과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마까르 이바노비치는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들은 병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누구나 다 알았지. 병사란 바로 '못 쓰게 된 농부' 거든>
            -미성년(하)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키, 열린책들 p.668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을 마치고, 뭔가 새롭게 아니 여유있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 말고, 남는 시간에 유유자적하며 비어있는 샘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 지인들은 그냥 쉬고 여행 다니거나 배우고 싶은 것 배우라고 하는데, 나는 자꾸만 신중해진다. 위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못 쓰게 된 농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병사의 일을 하다가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지을 수도 있지만, 소설에 나오는 노인과 동네 사람들은 병사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농사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자기의 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 된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어떤 종류의 일은 분명히 사람을 바꾼다. 하지만 어떤 책에서는 청춘이란 문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나는 두 가지의 태도가 다 마음에 든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