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온다 잠 온다

2011. 2. 5. 03:01 from 그래서 오늘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늦게 일어나서이고, 며칠전부터 늦게 잤기 때문이다. 설 연휴 동안 집중해서 만들고 있던 작품 편집을 마무리 할 생각이었는데, 2주 정도 손을 놓고 있었더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장면을 넣었더니, 모든 것이 흐트러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결을 망친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봐서 낯선 건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새벽까지 작업할 생각이었는데, 덜컥 겁이나서 막차 타고 집에 왔다. 집에 올 땐 걸어올 생각이었는데 또 버스타고 왔다. 몸이 피곤하지 않으니 잠도 더 안 온다.

영화를 하나 보고 2시가 넘었는데도 말똥말똥. 아이폰으로 고스톱을 치다가는 또 어제처럼 쩔어서 자게 될까봐 일어나 앉았다. 배가 고프면 잠이 더 안 올까 싶어 냉장고를 뒤져, 유통기한이 일주일 지난 플레인 요구르트와 룸메가 좋아하는 과실주, 치즈를 꺼내왔다. 자기 전에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는 것이 수면제였는데, 이사 온 후로 수빈이가 사준 스탠드가 고장이 나서 수면제를 못 먹었다. 작업실에서 지민이 아버지가 합정에 반이다 사무실 마련했을 때 선물해 주신 빨간 스탠드를 가져왔다. 수면제를 먹기 전에 마음의 불안을 덜기 위해 블로그에 일기도 써 본다. 자기 위한 노력. 내일은 반드시 일찍 일어나고, 몸을 많이 움직여서, 무너졌던 잠의 패턴을 바로 잡을 것이다.

며칠 동안 안개가 자욱하다. 비가 내리지도 않았는데 바닥이 젖어 있을 정도. 그래서 공기가 촉촉하다. 좋다. 걷고 싶은데, 잠 자느라 작업하는 시간을 까먹어서 마음이 초조하다. 걷는 데 시간을 못 내겠다. 다음주 믹싱이 끝나면 많이 걸을 수 있겠다. 그 전까지는 집중해야 한다. 며칠 남지 않았는데, 왜 이리 작업 속도는 더딘지. 작업을 마치면 선물로 나에게 자전거를 사줄 생각이다. 잔고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할부로라도! 이번엔 누가 훔쳐가지 못하게 잘 보관하고, 크고 튼튼한 걸로 살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먼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요즘이 좋다. 생각이 없어진 것은 좋은데,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흐물흐물함이 밀려와서 큰 일이다. 플레인도 다 먹고 치즈도 다 먹고 과실주도 다 먹어 가는데 아직 잠은 밀려오지 않는다. 어흐. 먹어서 이 닦고 자야하는데, 이 닦으면 잠이 다 달아날 것 같다.

생각해보니 억지로 일찍 잘 필요가 없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잠 온다. 잠 온다. 잠 온다. 잠 온다. 재미없는 책 읽어야겠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