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273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라디오 방송에서 대구 소식이 나왔다. 아파트간 층간 소음 때문에 살인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얼마나 쌓이고 쌓였으면 그런 일까지 벌어졌을까 싶었다. 아파트 층간을 더 두텁게 만들든지 뭔가 대책이 필요한 거 아닌가 싶다. 지민이도 아파트에 사는데 윗층에 말이 산다고 했다.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너무 커서 말이 뛰어다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 머리 위에서 말이 뛰어다닌다고 생각만해도 짜증이 날 것 같다. 그런 지민이도 아랫집 사람이 곧 말이라고 부를 지도 모르는 사람을 낳는다. 오늘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내 친구 배에 사람이 들어있다는 것이. 언젠가는 나도 사람을 낳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전화와서 곧 이사를 갈거라고 했다. 늘 주택에서만 살았는데 이번엔 아파트에 가기로 했단다. 융자를 내는 것이 싫어서 엄마는 오래되고(그렇지만 부동산에서는 튼튼하다고 주장하는) 싼 아파트를 사기로 했단다. 나는 잘 샀다면서 사람 살 집이 튼튼하면 된다고 엄마편을 들어주었다. 아빠는 융자를 내어서 새 아파트를 사자고 했단다. 예전에 빚을 내어 집을 샀다가 IMF가 터지는 바람에 빚이 불고 불어서 얼마나 고생을 했냐며 엄마가 결사반대를 했고, 아빠도 늙었는지 엄마 말에 수긍했다고 한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인테리어를 다 바꾸면 일이년 후엔 이삼천을 더 받고 팔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말이다. 지금은 공사중이라고 한다. 아빠가 늙고 있다는 게 한편으론 다행이다. 아빠가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만만하게 진 빚 때문에 엄마는 어디든 가야했고 아빠는 갈데가 없었던 그 시간들이 생각난다. 그 시간들은 자식 셋을 동시에 대학에 보내야했던 2005년 정도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집안살림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나도 참 나밖에 모르고 산 것 같다.
오늘 지민의 룸메인 철이 오빠가 당선된 신춘문예(희곡) 작품으로 연극이 올려졌다. 저녁에 그 연극을 보고 왔다. 재개발 때문에 살기가 힘든 부부가 자식에게 유산이라도 물려주기 위해 자살을 하는 내용의 연극이다. 제목은 유산. 연극으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 대사들을 내가 아는 '사람'이 썼다는 게...마음 저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또 엄마 생각이 났다. "내가 너거 때문에 살지. 죽지 못해 살지." 한참 엄마가 힘들 때 우리한테 자주 했던 말이다. 지금은 "그래도 그 때 안 죽길 잘했제?" 하며 철없이 놀리는 내 말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는 엄마이지만, 그 때만 정말 죽을 듯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자주 했다.철이 오빠가 쓴 희곡의 부부는 자식 때문에 죽고, 우리 엄마(아빠도?)는 자식 때문에 죽지 못하고 살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죽음을 가까이 하며 냉정한 시대인 지금을 버티고 있나보다.
엄마가 전화와서 곧 이사를 갈거라고 했다. 늘 주택에서만 살았는데 이번엔 아파트에 가기로 했단다. 융자를 내는 것이 싫어서 엄마는 오래되고(그렇지만 부동산에서는 튼튼하다고 주장하는) 싼 아파트를 사기로 했단다. 나는 잘 샀다면서 사람 살 집이 튼튼하면 된다고 엄마편을 들어주었다. 아빠는 융자를 내어서 새 아파트를 사자고 했단다. 예전에 빚을 내어 집을 샀다가 IMF가 터지는 바람에 빚이 불고 불어서 얼마나 고생을 했냐며 엄마가 결사반대를 했고, 아빠도 늙었는지 엄마 말에 수긍했다고 한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인테리어를 다 바꾸면 일이년 후엔 이삼천을 더 받고 팔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말이다. 지금은 공사중이라고 한다. 아빠가 늙고 있다는 게 한편으론 다행이다. 아빠가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만만하게 진 빚 때문에 엄마는 어디든 가야했고 아빠는 갈데가 없었던 그 시간들이 생각난다. 그 시간들은 자식 셋을 동시에 대학에 보내야했던 2005년 정도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집안살림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나도 참 나밖에 모르고 산 것 같다.
오늘 지민의 룸메인 철이 오빠가 당선된 신춘문예(희곡) 작품으로 연극이 올려졌다. 저녁에 그 연극을 보고 왔다. 재개발 때문에 살기가 힘든 부부가 자식에게 유산이라도 물려주기 위해 자살을 하는 내용의 연극이다. 제목은 유산. 연극으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 대사들을 내가 아는 '사람'이 썼다는 게...마음 저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또 엄마 생각이 났다. "내가 너거 때문에 살지. 죽지 못해 살지." 한참 엄마가 힘들 때 우리한테 자주 했던 말이다. 지금은 "그래도 그 때 안 죽길 잘했제?" 하며 철없이 놀리는 내 말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는 엄마이지만, 그 때만 정말 죽을 듯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자주 했다.철이 오빠가 쓴 희곡의 부부는 자식 때문에 죽고, 우리 엄마(아빠도?)는 자식 때문에 죽지 못하고 살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죽음을 가까이 하며 냉정한 시대인 지금을 버티고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