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2010. 3. 18. 17:18 from 또는 외면일기
버스 제일 뒷좌석 오른쪽 창가에 앉은 남학생이 답지를 보면서 수학문제집을 푼다. 그 옆에 앉아서 슬쩍 문제를 봤는데 뭔가 익숙한 방정식들이 가득하다. 이게 함수 전 단원이었던가. 답지를 보면서 슬슬 풀길래 과외하러가는 대학생인가 싶었는데, 내가 내릴 때까지 고개도 들지 않고 문제를 풀고 있다. 답지도 보지 않았다. 슬슬 풀고 있다고 내가 잘못생각했다. 그는 집중하고 있었다. 펼쳐진 문제집 가운데 쯤 문제. 미지수가 x,y,z 세 개인 연립방정식이 나와있고 그 x:y:z의 비율을 구하라는 문제. 문제는 낯익은데 풀어내는 방법은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전화도 그랬다. 문제는 늘 비슷해서 지겨운데, 푸는 방법은 아직도 모르겠다. 답지가 필요하다.

'경험은 소유의 상위개념이다'라는 말을 책에서 보았다고 블로그에 적어놓은 그녀의 글을 오늘 다시 읽었다. 기쁨은 경험하는 것이고 슬픔도 경험하는 것이고 사람도 경험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문장이 좋다. 그녀는 왜 요즘 블로그에 글을 남기지 않는 것일까. 사람을 소유하지 않고 경험하는 것. 어렵다.


Posted by cox4 :